2023. 08.08 - 08.18
갤러리 포인트(서울 중구 을지로5길 16 삼화타워 지하1층)에서 첫 개인전을 합니다.
3년간 작업한 페인팅과 드로잉을 포함한 그림 36점, 도자기9점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많은 방문 부탁드려요!
-작가노트
인간을 포함한 자연세계와 사회의 모든 질서가 평화롭고 완벽했다면 어떤 모습일까 자주 상상하곤 한다.
원래 그 자리에 그렇게 존재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꼭 부합하는 것.
더하거나 뺄 것 없이 자연스럽고 한없이 자유로운 것.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완전함이다.
완전함이라는 개념은 무력한 존재로서 불완전한 세계에 잠시 살고 있는 나로서는 도저히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는, 상상과 가늠의 차원에 속한 것이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다루는 영역이라면, 그것은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끌어다 지금 내 눈앞에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매일 뜨고 지는 태양과 긴 겨울을 지나 고개를 내미는 새싹들은 어쩌면 당연해보이지만, 매일 매 순간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자연의 성실함은 인간이 다 그려낼 수 없는 다채로움과 변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러한 자연의 풍경들은 나약한 인간인 내가 완전함에 대하여 꿈꿀 수 있는 단서가 되어준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알버트로스라는 새의 비행 연습과 착지 영상을 보게 되었다. 발을 디딘 후에도 턱과 가슴, 배로 거칠게 부딪히며 땅에 내려 앉는 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는 아름답게 하늘을 나는 것이 당연한 존재이나, 땅에 부딪히며 엉성하게 착지하는 장면이 비행의 당연함을 현실로서 완전하게 해 주는 느낌이었다. 땅과 거칠게 충돌하며 반복되는 연습은 아름다운 비행과 착륙의 완성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다.
현실에서 현실 너머의 것을 경험하는 데에는 공통된 지점이 필요하다. 그 공통된 지점이란 불완전한 영역 속에서 겪어야만 하는 필연적 고통이다. 고통은 각기 다른 형태를 하고 시간 속에 사는 모든 존재에게 찾아온다. 고통과 슬픔의 반복은 때론 좌절을 주며 현실 너머의 뜬구름 같은 것보다는 눈앞에 있는 지금보단 덜한 것, 혹은 조금 나은 것에 더 큰 만족감을 주기도 하는데, 반대로 또 깊은 고통은 장면의 전환을 마련한다.
아름다움은 그저 경험하는 것이다. 모든 당연함의 장면들 그 뒷면의 것들이 시간의 속성을 거쳐 어느 순간 웅장함과 자연스러움의 극치로 다가올 때 그저 그 순간을 존재하며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한계와 제약 속에 살아간다. 그것이 너무 당연시되어서 그 이상의 것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면 예술을 경험하는 순간만큼은 모든 감각을 확장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삶을 에워싼 그 한계와 슬픔을 넘어선 상태에 대하여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예술이 줄 수 있는 충만함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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