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자주 천국을 상상한다.천국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주 미미하게나마 천국을 느껴봤기 때문일까?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며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다운 풍경들을 마주치지만 단 한 번도 그것이백프로 완전히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아주 아름다울수록 아주 허전하고 공허했다.너무 아름다워서 사랑했고 집착했던 것들은 어느 샌가 가장 낯설고 냉정한 모습으로 나를 우울하게 만들어 버린다.그리고 또 다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는 슬퍼할 필요도 없다고, 우울할 필요도없다고 나를 무뎌지게 만들려고 끈질기게 속삭인다.무뎌지지 않으려 애쓴다면 항상 괴롭고 슬프겠지만, 무뎌져 버린다면 슬프지 않다.그 대신 다시는 천국을 상상할 수는 없게 되리란 것을 안다.두 얼굴을 하고 나를 괴롭히는 그 아름다움을 완벽히 동경하고 사랑한다.그러나 동시에 그것과 완벽히 괴리되어, 부랑자처럼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아주 부조화스러운,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조화가 아니라, 완벽히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아름다움을 꿈꾸고 싶다.길을 걸으며 수없이 마주치는 저 나무들도 말없이 나와 같은 기다림 속에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